• 2023. 6. 15.

    by. 건물주님이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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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조세희의 대표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12 연작의 전체적인 서술기법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조세희 &lt;&lt;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gt;&gt;

     

    간결한 문체 

      조세희 작품들의 문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우 간결하다는 점이다. 거의 운문에 필적할 만큼 단문이라 "단문의 시적화"라고 평가받기도 하며 접속사나 수식어가 배제된 조세희의 그러한 간결한 문체를 김병익은 '스타카토 문체'라고 명명했다. 그의 짧은 문장은 많은 것을 함축, 환기하면서 상당히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

     

      거실로 나갈 때 초인종이 울렸다. 윤호는 우뚝 서서 그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윤호는 울고 싶었다. 은희는 너무나 예뻤다. 작년 예비고사일에도 눈이 내렸었다. 은희의 머리와 외투 위에 눈이 쌓여 있었다. 윤호는 주머니 속에 든 권총을 만졌다.

     

      이러한 간결한 문체는 빠른 템포를 주면서 끊임없는 단절감을 부여한다. 또한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것이 구체성을 가질 때 전망을 향한 추동력이 형성되는 것이다.

      간결한 문체의 사용은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에 공백이 독자 스스로의 연상작용을 수반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며 시간을 충분히 주어 독자 스스로 감동의 요소를 찾아낼 수 있게 해 주며 나타내고자 하는 내용에 비하여 적은 어휘로써 표현하기 때문에 긴축미가 있고 선명한 인상을 주는 효과가 있어, 현실의 아픔을 보여주는 데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간결한 문체는 문체를 통해 감정의 분출이 절제되다 보니 작품에 풍겨야 하는 심층적 사고와 감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한계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를 잃은 난장이 가족들이 인간적 감정의 표출을 억제하는 듯 한 장면이 그러한 지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자유연상의 서술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는 현재 상황과 과거기억이 겹치며 현실과 꿈이 경계 없이 섞이고 그 속에서 동화적인 환상의 세계가 현실의 시공간과 우주를 넘나들며 펼쳐진다.

      서사의 시간적 측면에서 볼 때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는 현재 서술의 흐름이 정지하고 과거의 한 순간이 끼어드는 서술양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조세희의 작품들은 다분히 현실적이고 사회성이 높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 기법이나 결론 도출 방법에 있어 극히 환상적이며 비현실성을 지닌다.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에서 가시고기 떼의 공격,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에서 영호가 심어 놓은 지뢰가 터지고 아버지를 놀리던 사람들이 탄 자동차가 불길에 휩싸이는 것과 같이 꿈을 통한 환상성으로 인해 현실극복과 해방을 맛보고 있기도 하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는 작가 의식의 흐름에 의지하여 과거와 현실이 중첩되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거나 현실을 탈피하여 '달나라'등의 환상적 공간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때문에 조세희 작품의 동화적 환상성이 현실을 도외시하는 자기불만의 분출구나 현실도피밖에 되지 않는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다만 치열한 현실을 다루면서 현실도피적인 환상성을 추구했다고 하여 현실감각이 무디거나 존재의식이 상실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중 인물들을 환상의 세계에 위치시켜 현실에 대한 음영은 더욱 뚜렷해지게 되는 것이다. 즉, 꿈꾸는 세계로의 이동이 곧 현실의 공간에 의해 깨어지며 우리 현실이 만들어낸 비참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효과를 내고 있으며, 어떤 초월의 공간도 결국에 현실에 눌려 극복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시각자료의 활용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는 공문서와 통계도표 등 시각자료를 활용하여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서술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클라인씨의 병>에서는 실제 그림을 보여주고 있으며 <기계도시>에서는 설문조사표를 등장시켜 노사 간의 날카로운 대립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중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된 경우가 '철거계고장'이라고 생각된다. 단순히 난장이 가족이 철거계고장을 받았다는 서술적인 내용 외에 실제 철거계고장을 실음으로써 난장이 가족의 심정을 좀 더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들은 일반적인 서술문에만 의존했을 때보다 그가 말하고자 한 바를 더 쉽고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두었다고 생각된다. 

     

     

    대립구조

      작가는 현실을 대립화라는 방법을 통해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은 관념화된 형태로 작품에 구체화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 현실의 여러 복합적인 양상들은 의도적으로 생략하고 대립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현실이 가지고 있는 모순과 문제점들을 부각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화는 현실이 가지는 복합성은 매장하고 현실의 특수한 면을 일반화시킨 것이다.

      현실사회를 보면 실제 빈민가에서는 경제적 궁핍에 따른 범죄, 매춘과 매음, 청소년 비행, 과잉음주 등의 부정적 양상이 상존한다. 그런데 작품에서는 이런 문제들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또한 중간계층과 상류계층의 삶을 그리는 데 있어서도 그들의 부도덕한 면만을 부각하기 위해 그 외의 다른 측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일면성의 부각은 작가가 현실의 총체적 양상을 그리기보다는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강조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용된 방법이 관념화와 대립화이다.

      대립을 통해 지향하고 있는 것은 <뫼비우스의 띠>와 <클라인씨의 병>으로 시도된 과학과 문학과의 연계, 혹은 그것들이 보여 주는 <안이 곧 밖이고 밖이 곧 안>인 세계로의 탐구이다. 그러나 3차원의 공간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클라인씨의 병처럼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가능성을 찾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제시하고 있는 문제해결방법은 '도덕적 각성을 통한 사랑의 회복'이지만 사회는 이미 도덕률로는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공고하게 조직화되어 있다. 게다가 자본과 권력이 상호 유착하고 있던 70년대 한국사회는 더욱 그러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중간계급에 있는 인물들을 통해 소외 계급에게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대립으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회복하라고 지도하고 있지만 난장이의 아들 영수는 은강그룹의 총수를 살해하는 것으로 해결점을 찾고 있다. 다소 어이없는 이 끝맺음은 당시의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행태로 인해 노동 운동을 통한 개혁이 불가능함을 말해 준다. 노사 간의 화합은 기득권층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나 실질적으로 기득권층의 의식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처음부터 소외된 이들에게 탈출구는 없었던 것이다. 현실 변혁의 꿈이 좌절되고 그것이 더군다나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도 결코 획득될 수 없는 사회임을 깨닫게 된다면 결국 남은 일이라곤 달나라로 우주여행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한 사회 현실을 반증하는 것임과 동시에 끝내 그 세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절망에 갇히는 소외된 이들의 한계로 무한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그 절망은 결코 무력한 절망이 아니다. 조세희가 억눌린 자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 주더라도, 비록 인간적인 시도가 끊임없이 좌절되고 뛰어넘을 수 없는 절망의 한계선을 보여 줄지라도, 그것이 실은 세계 인식의 전환 속에선 모든 가능성이 시작되는 경계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달나라와 우주여행이라는 무한한 상상력의 희망을 통해 암시해 주고 있다.

      이처럼 대립된 두 세계를 극단화시킴으로써 하나로 매듭지으려는 초월에의 의지는 현실적으로는 실패할 운명에 놓여 있으나 그 주위에 퍼져있는 희망의 기운만은 그의 문학에 온기를 더한다. 그렇기에 작가 조세희가 그려내는 낭만적 유토피아로의 꿈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에서 출발해 현실을 뛰어넘는 어떤 강력한 의식으로 작용한다. 구체적 실체를 갖지 못한 그 결론이 비록 배반적이기는 할지라도 보다 나은 삶을 위한 희망의 원리로 그 힘을 발휘해 왔다는 긍정적인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 참고 문헌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동아출판사 / 1995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문학과 지성사 / 1978
    권영민 / <한국현대문학사> / 민음사 / 1993
    이화진 /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론>, <1970년대 장편소설의 현장> / 민족문학사연구소 현대문학분과 / 국학자료원 / 2002
    김지영 / <조세희 소설의 서사기법 연구> / 서울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 2003
    이재은 / <조세희 소설 연구> / 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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