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6. 12.

    by. 건물주님이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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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조세희의 대표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전체적인 작품 특징을 살펴봅시다. 작품에 나타난 상징성, 연작소설, 문학사적 의의에 대해서 정리합니다.

     

    조세희 &lt;&lt;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gt;&gt;

     

    작품에 나타난 상징성

    1. 뫼비우스의 띠

      모두 12부분으로 이루어진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연작의 첫 편을 이루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는 한 수학교사의 마지막 수업 시간의 풍경을 담고 있는데 굴뚝을 청소하는 두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해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의 문제를 제시한다.

      이어서 자연스럽게 <뫼비우스의 띠>를 환기시키는데, 종이 띠는 존재하는 하나의 대상이자 세계이다. 원래의 대상을 한 번 뒤틀어 관찰하면 그 대상은 전혀 다른 새로운 실체로 바뀐다. 뫼비우스의 띠를 자세히 살펴보면 종이의 앞면과 뒷면이 서로 넘나들 수 있는 것처럼 보이고 두 대립의 양면 세계가 하나로 통일될 것 같지만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 두 세계의 화해는 거짓이다. 이런 거짓이 팽배한 세계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기존의 고정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므로 교사는 자식 사회의 간교함을 경고하고 열린 세계로의 인식을 통해 사물을 옳게 이해하고 개인의 이익에 편승하지 말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중심서사이기도 하다.

      뫼비우스의 띠는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를 쉽게 알 수 없는 왜곡된 현실의 상징이다. 굴뚝 청소를 하고 나온 아이들처럼 부동산 업자는 자신의 더러움을 알지 못하고 앉은뱅이와 꼽추로 대변되는 소외계층도 자신의 깨끗함을 알지 못한다. 이와 같이 혼란한 세계에서 끝내 부동산 업자를 불태워 죽인 앉은뱅이처럼 당장의 이익을 위해 쉽게 행동하는 지식의 간사함을 고발하는 것 또한 뫼비우스의 띠가 상징하는 의미의 하나이며, 다른 한편으로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밖의 구별이 없다는 점에서 빈부의 격차 없이 평등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2. 난장이

      작가의 진술에 의하면 난장이는 70년대 한국 사회와 경제의 생산과 소비 및 분배 구조에서 억압받고 소외받는 계층을 표상하는 전형적인 인물로, 반봉건 반자본적 이행기 시대의 양극 분해 과정에서 하향화된 계급의 인물을 난장이라는 신체적 불구성에 빗대어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난장이는 단순한 난장이가 아니며 상징적 표현으로서의 난장이일 뿐이다. 억압과 공포, 불공평, 폭력이 없는 곳은 난장이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꿈꾸는 곳이며 물질문명이 중시되고 인간이 소외되어 가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흉물스러운 세계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 난장이에 지나지 않는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환멸로 가득찬 현실을 살아가는 난장이, 바로 우리들의 자서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연작소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그것이 연작소설이라는데 있다. 연작소설이란 문자 그대로 여러 편의 독립된 삽화들을 모아 더 큰 하나의 야기가 되도록 고안해 낸 소설의 형태를 말한다.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루기 위해 작은 단계의 삽화들이 이어져있는 셈이다.

      당시 평단의 관심을 끌었던 중요작품 가운데 연작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서기원의 <마록열전>, 최인훈의 <총독의 소리>,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등이 1970년대에 발표된 것들이며,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서정인의 <달궁>, 최수철의 <고래 뱃속에서>등이 계속 발표된다. 이러한 연작소설의 증가는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나타난 소설의 기법과 양식상의 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작소설의 증가는 산업화에 따라 1960년대까지 국민의 60%가 농민이던 시대에서 불과 10년 만에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나고 계층의 분화가 심화되는,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겪으면서 문학이 사회를 좀 더 다각적이고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로 인해 단일성이나 단면성을 추구하는 단편소설의 장르적 한계에 대한 인식으로 인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연작소설의 형태로 묶인 하나하나의 단편소설들은 일단 연작으로 묶이는 순간부터 이미 독립된 단편소설로서의 성격보다는 연작소설이 추구하는 더 큰 덩어리의 이야기형식에 종속된다. 각각의 단편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더 큰 이야기 덩어리의 전체적인 균형 속에 묻혀버리는 것이다.

      즉, 단편소설로서 각각의 작품들이 지켜나가고자 하는 분절성(독립성)과 함께 더 큰 이야기로 묶이고자 하는 연작성(통일성)의 특성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작소설은 작은 것과 큰 것, 부분과 전체의 긴장 속에서 연작으로 확장된 소설공간을 기반으로 하여 삶의 다양성과 전체성을 동시에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연작소설의 형식이 평단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최인호의 <총독의 소리>와 서기원의 <마록열전>에서부터이고 연작소설의 장르적 가능성을 확립한 작가로는 이문구와 조세희를 들 수 있다. 이문구의 경우에는 산업화 과정에 피폐해져 가는 농촌의 현실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구조를 확인하고자 했으며, 조세희는 공장노동자들의 삶의 문제를 중심으로 사회계층의 갈등과 대립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렇다면 연작기법이 조세희의 소설에서 거두고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조의 효과를 극대화시켰다는 데 있을 것이다. 못 가진 자의 비참함과 가진 자의 풍요로움, 난장이의 소극적이고 순응적인 삶과 그 아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삶, 비참한 현실과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환상의 세계들의 대조가 연작기법이 가지는 특징인 주인공의 순환, 주제의 심화, 상황의 확대 등을 바탕으로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각 단편 간의 선명한 대조를 보이면서도, 이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삶의 다양성과 전체성 또한 표출할 수 있게 된다.

     

     

    문학사적 의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우리의 소설문학사에 새로운 전환을 이끌어 낸 작품으로 산업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소외된 계층과 자본가와의 화해 불가능성을 한국사회가 규정하는 가장 중심적인 담론으로 정착시킨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작품을 연구하는 것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한 작품을 읽어내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1970년대 한국사회의 가장 중심적인 담론으로 노동자 문제를 정착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이 소설이 노동자의 발견에 초점이 맞추어져 구성된 것이라고 하여 문제의식을 획득한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의 문제의식은 단순히 자본주의의 체제 속에서 소외된 몇몇의 노동자가 그들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에 있지 않다. 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 왓으며,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그런 관심의 연장선상에 존재할 뿐이다. 

      작가 조세희가 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둘러싼 그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다분하다. 김동리는 "서민을 난장이나 꼽추나 앉은뱅이로 바꾸어 부른다고 문학적 차원에 변화가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하여 그의 우화적이고 동화적인 발상에 반감을 드러냈으며, 황순원은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절묘하게 교차시켜 가며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솜씨는 가히 발군의 경지"라 하여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세희는 날카로운 현실감각으로 우리 시대의 병리현상을 잡아내는 능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몽상가이며 이상주의자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은 예술주의와 리얼리즘의 경계선에 걸쳐있으며 예술주의의 관점에서 이분법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받고 리얼리즘의 관점에서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이상주의자로 비판받는다. 그러나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가능성을 찾고 있는 그것이 조세희의 꿈이 갖는 비극이라 지적하고, 하지만 그것이 또한 조세희의 독자적 시선을 가능케 해 주기도 한다는 김병익의 해설은 설득력이 있다. 분명 조세희의 난장이 방법적 결함으로 인해 뫼비우스 띠의 세계로 도달하지 못하고 그 대안점을 달나라로 비약시킴으로 사회적 병폐에 대한 탈출구를 찾는 것에는 실패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문제를 사회의 중심담론으로 이끌어 냈다는 점과 뫼비우스의 띠와 클라인씨의 병이 시사하는 사회병폐의 탈출구를 모색하였다는 점, 그리고 연작소설이라는 문학장치를 작품의 주제와 연관시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 참고 문헌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동아출판사 / 1995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문학과 지성사 / 1978
    권영민 / <한국현대문학사> / 민음사 / 1993
    이화진 /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론>, <1970년대 장편소설의 현장> / 민족문학사연구소 현대문학분과 / 국학자료원 / 2002
    김지영 / <조세희 소설의 서사기법 연구> / 서울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 2003
    이재은 / <조세희 소설 연구> / 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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