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응형
김동리 <등신불>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등장인물과 그에 나타나는 갈등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그리고 소설 해설을 간단하게 정리해 봅니다.
줄거리
태평양 전쟁에 학병으로 끌려나간 주인공 '나'가 학병에서 탈출하여 불교에 귀의한 사건이 작품 구성의 골격을 이루고 있지만, 주제와 관련된 무게 중심은 작품 중간에 삽입된 '등신불'에 얽힌 '만적'의 불교 설화에 실려 있다.
나는 일제 말기 학병으로 끌려가 남경에 주둔해 있다가, 대학 선배인 진기수의 도움으로 탈출, 정원사란 절에 의탁한다. 그곳에서 금불각의 등신불을 보게 되는데, 그 불상은 옛날 소신공양으로 성불한 만적이란 스님의 타다 굳어진 몸에 금을 씌운 것이다. 나는 원혜 대사를 통하여 신비로운 성불의 역사를 듣게 된다. 만적은 당나라 때의 인물로, 자기를 위하여 이복형제를 독살하려는 어머니로 말미암아 큰 갈등을 겪는다. 집을 나간 이복형제 '신'을 찾아 집을 나와 불가에 몸을 맡긴다. 10년 후 어느 날, 자기가 찾던 '신'이 문둥이라는 천형에 고통받고 있음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하여 인간사의 번뇌를 소신공양으로 극복할 것을 결심한다. 그가 1년 동안의 준비 끝에 소신 공양하던 날 여러 가지 이적이 일어나게 된다. 이때부터 새전이 쏟아지기 시작하여, 그 새전으로 만적의 타다 굳어진 몸에 금을 씌우고 금불각을 짓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 불상에 인간적인 고뇌의 슬픔이 서려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이야기를 마친 원혜 대사는 나에게, 남경에서 진기수 씨에게 혈서를 바치느라 입으로 살을 물었던 오른손 식지를 들어 보라고 한다. 왜 그 손가락을 들어 보라고 했는지, 이 손가락과 만적의 소신공양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대사는 아무런 말이 없다. 북소리와 목어 소리만 들려온다.
등장인물
- 나 : 작중 화자이며 일제시대 학병으로 끌려갔다가 탈출하여 정우사에 머문 대학생. 금불각에 안치된 등신불을 보고 감동하여 깨달음을 얻는 정적 인물
- 진기수 : 중국 불교학자로 일본 대정대학에서 유학을 하였음. 나의 탈출을 도와줌
- 만적 : 1200년 전, 소신 공양으로 성불한 정운사 스님. 인간의 오뇌와 비원의 화신이며, 신념이 확고한 내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중생의 죄업을 짊어지고 소신공양을 한 동적 인물
- 원혜 대사 : 정원사의 주지 스님이며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인물
<등신불>의 서사구조를 이루는 주요 갈등
- 인간과 사회 : 나 ↔ 일제
- 세속과 종교 : 나 ↔ 등신불 (나 ↔ 원혜 대사)
- 인간과 인간(양심과 본능) : 조기(만적) ↔ 어머니
- 인간과 운명 : 사신(만적의 이복 형) ↔ 운명
소설해설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액자의 형태로 작품을 구성한 <등신불>은 그 제목에서 금방 추측할 수 있는 것처럼 불교의 정신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는 소설이 아니다. 우선 내화의 주인공인 만적의 출가나 소신이 모두 가족관계의 갈등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 그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제기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교 본래의 이념대로라면 출가나 소신의 바탕에는 공의 사상이나 해탈에의 염원이 깔려 있는 게 자연스러울 터이지만, 만적의 이야기에서는 그런 것은 일절 찾아볼 수가 없고 오로지 가족 문제의 해결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분명 유교나 무교가 지니고 있는 가족주의적 사고의 요소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등신불>에서 또 한 가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등신불이 놀라운 주술적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주술적 효능은 분명 불교 본래의 정신이 지향하는 바와는 같지 않은 것이며, 차라리 무교의 세계에 어울리는 면모를 가지고 있다. 불상에 대고 빌어서 효험을 얻는 점으로 보아도 그러하며, 그 비는 내용이 주로 아이를 낳게 해달라든가 병을 낫게 해 달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로 보아도 그러하다.
물론 만적의 소신공양이라는 행위 자체는 엄연히 경전에 근거를 둔 것이요 또 그가 소신 공양을 행하기로 결심한 것이 서경수의 말대로 "참회를 통한 자기 무화, 즉 자기희생의 불교적 표현"이라는 성격을 포함한다는 점도 인정된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사실들로 볼 때 <등신불>은 분명 불교의 세계에서 소재를 구해 왔으면서도 실제에 있어서는 불교와 계통이 다른 사상의 영향을 짙게 입고 쓰인 것이며 그 점에서 김동리 소설의 주류를 이어받음과 동시에 전통적인 한국 정신의 면모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고 결론짓지 않을 수 없다.
이와 더불어 부수적으로 한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만적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의 성격이다. 그는 아무리 신성하고 초월적이라고 말해지는 것도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차원으로 치환시켜 버리는 인물이다. 이런 그의 성격은 다분히 전통적인 한국인의 현세중심주의적 태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되며, <등신불>이라는 작품 전체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세주의적 사고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 참고 문헌
김동리 / 이동하 / 건국대학교 출판부 / 1996
김동리 / 이태동 / 벽호 / 1993
김동리 / 유기룡 / 살림 / 1996
김동리 삶과 문학 / 김정숙 / 집문당 / 1996
김동리 소설 연구 / 조회경 / 국학자료원 / 1999
김동리 소설 연구 / 이진우 / 푸른 사상/ 2002반응형'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유정 <동백꽃> 살펴보기 (0) 2023.06.27 1920년대 문학사 - 식민지 상황과 문학의 대응 (0) 2023.06.17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전체적인 작품의 서술기법 (0) 2023.06.15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전체적인 작품의 특징 (0) 2023.06.12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11.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0) 2023.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