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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1921년 8월 10일까지 <<개벽>>에 연재된 작품으로,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로 알려지고 있다.
줄거리
- '나'는 불규칙한 생활과 삶의 권태로 고통과 갈등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신경과민에 불면증까지 겹쳐 죽음의 유혹까지 느꼈다. H가 평양 방문에 동행할 것을 권유하여 '나'는 밀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에 허락은 하였으나 여러 번거로운 일로 망설이다가 기차를 탔다. 대동강 가에서 기괴한 차림의 장발객을 보고 '나'와의 동질성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풍광 속에서 마음의 전환을 느끼면서 H와 남포로 Y를 방문하여 김창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일행들과 함께 그를 방문했다.
- 그는 삼 원 오십 전으로 삼층집을 짓고 산다는 정신 이상자였다. 그는 철학자였고 유유자적하는 자유인과도 같았다. 우리 모두의 욕구를 채워 줄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는 일종의 영감에 사로잡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세계 평화를 위한 모임을 조직한다는 것이었다.
- 내가 남포를 다녀온 지 두 달쯤 되는 어느 날 Y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김창억이 집에 불을 지르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우울한 심정이 되어 늘 거닐던 절벽 길을 걸었다. 그날 밤 김창억에 대한 생각과 대동강 가에서 본 장발객의 신경질적인 얼굴이 동시에 떠올랐다.
- 그 후 김창억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싫어하는 평양에 살고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후처의 친정이 있는 평양의 보통문 밖 짚더미 속에 살면서 걸식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가 김창억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등장인물
- 나 : 심한 절망감으로 고뇌하는 젊은 지식인.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힘에 눌려 침체된 기분과 삶의 권태를 느끼며 사는 사람
- 김창억 : 부조리한 현실로 인해 좌절하고 결국은 미쳐버리는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
핵심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사실주의(자연주의)
- 문체 : 문장의 호흡이 긴 만연체의 문체. 관념적이고, 상징적인 대화가 많이 쓰임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부조리한 현실에 시달리는 나를 주인공으로 하여 전반부와 마지막 부분에서는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내부의 이야기는 김창억의 일생을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묘사)
- 시간적 배경 : 1920년대 전반기, 3.1 운동이 실패로 끝난 후
- 공간적 배경 : 서울, 평양, 남포 등
- 사상적 배경 : 세기말의 우울증
- 주제 : 3.1 운동 직후, 패배주의적 경향과 우울 속에서 침체되어 있는 지식인의 고뇌
작품 감상
-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1921년 8월부터 10월까지 <<개벽>>에 연재된 작품으로 김동인의 <약한자의 슬픔>과 함께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주의적 경향까지 띠고 있어 '사실주의적 자연주의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1920년대 사회는 물론 인물의 내면까지 해부하듯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상징적 대화와 사건, 그리고 복합구성 때문에 매우 난해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 이 작품의 서두에 놓여 있는 장면, 곧 박물 선생이 청개구리를 실험대에 놓고 심장과 폐를 해부해 내는 것은 육체적으로 파괴되고 정신적 근거마저 상실한 현재 '나'의 처참한 생활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 박물 선생의 청개구리 해부는 작가가 앞으로 이런 태도와 방법으로 인생이나 현실을 해부해 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즉, 당시의 현실에서 '나'의 표본이 될 만한 김창억이란 인물을 해부대에 올려놓고 그의 생활과 심리를 실험적인 방법으로 해부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암시이다. 따라서 이러한 청개구리 해부와 같이 현실과 인생의 여러 모습을 냉철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그려 보이려 한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이 작품은 현실고에 지쳐 있는 '나'를 주인공이자 서술자로 설정하고 있는 일인칭 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의 실제 내용은 광인 김창억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의 성격을 분석함과 아울러 인생의 암흑면을 드러내고 있다. 말초 신경만 예민하게 발달한 '나'와 정신 이상자인 김창억이란 인물은 지식인의 고뇌를 대표하고 있는데, 특히 김창억의 정신 이상은 당시 지식인의 회의적이고 절망적인 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와 김창억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른바 닮은 인간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전체 10장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에서 1장에서 5장까지, 그리고 마지막 10장은 일인칭으로 되어 있지만, 6장부터 9장까지는 삼인칭으로 씌어 있다. 결국,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와 '그(김창억)'인 셈이며 그 둘은 동질적이라 볼 수 있다.
- 주인공이며 서술자인 '나'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채 좌절과 갈등의 세월을 보낸다. '가혹히 엄습해 오는 것은 해부된 개구리가 사지에 핀을 박고 칠성판 위에 자빠진 형상'이라는 '나'의 고백은 이러한 삶의 권태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나의 신경과민과 '4개월간의 옥중 생활은 그의 신경을 바늘 끝같이 예민하게 하였다'에 나타난 김창억의 광기(신경과민의 극단화된 형태)는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김창억을 광인으로 만든 것은 옥중 경험이었으며, 그것은 3.1 운동 혹은 독립운동과 관련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추축할 수 있다.
- 김창억의 옥중 경험은 또한 나의 귀향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김창억이 정신적인 상처를 겪고 세계와 융합되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나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는 점이 여러 면에서 암시되고 있을 뿐이다.
- 이 작품은 플롯이 엉성하며, 서술의 구체성을 상실한 채 작가의 생경한 관념 노출이 심한 작품이다. 이러한 특성은 문장보다는 내면적 사상을 중시한 염상섭의 작품 경향에 기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표본실의 청개구리>와 함께 삼부작을 이루고 있는 <암야>, <제야>는 당대 한국적 현실과는 상관없이 젊은 지성인들이 겪고 있는 개인적 번민을 암울한 분위기로 그려내는 당대 지성인의 의식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주목된다. 특히 이 작품에 나오는 해부 장면에서 개구리 배에서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온다는 표현은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것이라 하여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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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김윤식, 정호웅 / 한국소설사 / 문학동네
김우창 / 궁핍한 시대의 시인 / 민음사 / 1982
권영민 / 염상섭전집12 / 민음사 / 1987
문학과 사상 연구회 / 염상섭 문학의 재인식 / 깊은 샘 / 1998
유종호 외 / 염상섭 / 서강대학교 출판부반응형'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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