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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가난하지만 도덕적인 품성을 지녔던 복녀는 남편의 게으름과 무능력으로 온갖 죄악의 소굴인 칠성문 밖 빈민굴에서 살게 된다. 당국에서 벌인 송충이 잡이에 나간 복녀는 감독의 눈에 들어 매춘을 하게 되며 점점 타락하게 된다. 중국인 왕 서방의 정부 노릇을 하던 복녀는 왕 서방이 어떤 처녀를 아내로 사 오자 강한 질투를 느낀다. 복녀는 왕 서방의 결혼식 날 밤 신방에 뛰어들어 신혼부부에게 덤벼들고 그러다 도리어 왕 서방의 손에 죽고 만다. 사흘 뒤, 복녀의 시체는 왕 서방과 복녀 남편 등의 흥정에 따라 뇌일혈로 죽었다는 진단이 내려지고 공동묘지에 묻히게 된다.
핵심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본격 소설(제재를 광범위한 사회현실에서 구하고, 작가는 제3자적 입장에서 항상 작품의 뒤에 숨어 사건의 진실이나 인물의 심리적 움직임을 객관적으로 다루어 창작, 구성한 소설)
- 성격 : 사실주의적(비극적 인물을 형상화하지만, 전망의 형상화가 드러남), 자연주의적(환경결정론, 비참한 결말. 사실주의와 그 맥을 같이하지만, 인간을 자연의 질서에 종속되어 있는 존재로 파악한다. 자연주의의 특징은 과학적인 창작 방법, 추하고 어두운 인간 생활의 묘사, 섬세한 자연환경 묘사 등이다. 이 작품에 나타나는 인간의 추악한 본능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를 자연주의의 시도로 볼 수 있다.) → 사실주의와 자연주의의 공통점 : 환경을 있는 그대로 서술
- 시간적 배경 : 1920년대
- 공간적 배경 : 평양 칠성문 밖 빈민굴 ( 평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통제, 관리하기가 어려움. 외부 공간이며 싸움, 간통, 살인, 도적이 기승을 부리는 부도덕한 공간. 빈민굴이 주는 무질서와 불안정성은 일제 치하의 암울한 분위기) → 주인공 복녀로 하여금 전래의 도덕적 금기를 일탈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 작품의 비극적 결말을 드러내는 요인으로 작용
- 시점 : 3인칭 관찰자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이 함께 보임
- 3인칭 관찰자 시점의 효과 : 환경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제시하기에 알맞음. 복녀의 내면 세계를 드러내기 위해 인물 상호 간의 갈등을 극대화(예:복녀와 왕 서방의 싸움)
- 주제 : 불우한 환경이 빚어 낸 한 여인의 운명적 비극
- 출전 : <<조선문단>> (1925)
문체
- 장면 중심적인 사건 전개 : 사건 전개에서 단편적인 장면들을 배치하고, 각각의 장면을 집약적으로 부각시키는 방식을 취함(행위 중심의 사건 전개 방식 채택)
- 속도감 있고 간결한 문체
밤중 복녀의 시체는 왕서방의 집에서 남편의 집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시체에는 세 사람이 둘러 앉았다. 한 사람은 복녀의 남편, 한 사람은 왕서방, 또 한 사람은 어떤 한방의사. 왕서방은 말없이 돈주머니를 꺼내어 십 원짜리 지폐 석 장을 복녀의 남편에게 주었다. 한방 의사의 손에도 십 원짜리 두 장이 갔다. 이튿날 복녀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의의 진단으로 공동묘지로 실려갔다.
♧ 분위기나 감정의 묘사 없이 사실만을 객관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얻는 효과 : 복녀의 비극적 죽음을 강조. 비참하고 추악한 현실 상황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제시
- 평안도 사투리와 하층 사회의 비속어를 적절하게 구사 : 장면의 집약적 효과, 토속적, 투박함을 불러일으킴
반응형등장인물
- 복녀 : 이 소설의 비극적 주인공이다. 어렸을 때에는 가난 속에서도 윤리 의식을 잃지 않았지만 생활환경이 변하자 점점 타락하게 된다.
- 왕 서방 : 중국인 소작인으로 복녀와 정을 맺다가 그녀를 버리는 비정한 인물이다. 가진 자의 횡포를 보여준다. 배금주의자이며 호색한
- 복녀 남편 : 게으르고 생활력이 없으며 아내의 매춘으로 편안히 사는 것을 동조하는, 도덕적으로 타락한 파렴치한 인물이다
- 감독 :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공정치 못한 인간. → 복녀를 불행에 빠뜨리는 인물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억압을 폭로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가난하지만 정직하게 자란 복녀라는 여인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 타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자연주의에서 강조하는 이른 바 환경 결정론이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환경에 의해 지배 받는 인간의 삶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있다. 복녀의 도덕적 타락과 죽음은 불우한 환경이 빚어 낸 일종의 숙명으로, 왕 서방과의 만남과 그로 인한 비극적 죽음의 근본적인 원인도 그녀가 놓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복녀의 삶과 죽음에 대해 반드시 환경 결정론을 따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의지야말로 삶과 운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관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의 주체적인 태도를 간과한 자연주의 문학관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 될 수도 있다.
<감자>는 가난이라는 물질적 조건에 의한 한 인간의 타락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폭로하여 고발하는 자연주의적 경향이 잘 드러난 작품이지만, 일제 강점하의 민족의 빈곤과 그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모색에는 미흡(작가 의식의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복녀라는 이름의 상징성
- 복녀는 복이 있는 여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복녀의 비극적 운명을 떠올리면 이 이름이 반어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알게 된다. 가난한 삶 때문에 타락해 가고 결국 죽음을 맞는 복녀는 복이 있는 여자가 아니라 오히려 박복한 여자라고 볼 수 있다.
cf) 전영택 <화수분> : 주인공 이름이 갖는 반어적 성격
현진건 <운수 좋은 날> : 작품 이름이 갖는 반어적 성격
- 복녀라는 이름은 매우 흔하고, 서민적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녀의 운명은 1920년대 하층민 여성의 불행한 삶의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감자>와 '환경 결정론' 및 '인형 조종술'
- <감자>는 문예 사조의 관점에서 자연주의 소설로 분류된다. 자연주의 소설의 주된 특징은 환경 결정론으로 대변되는데 이는 인물이 처한 환경(주로 사회적 환경을 의미함)이 인물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견해를 말한다 → 복녀가 가난과 물질주의라는 환경적 요인에 물들어 감으로써 비극적 결말에 이르는 점
- 자연주의 소설의 환경 결정론을 작가 나름대로 소화하여 자신의 창작 방법론으로 만들어 낸 것이 이른바 인형 조종술이다. 이는 작가가 마치 인형을 조종하듯이 인물의 운명과 행동을 조종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쓰는 것을 말한다. 이때 작가는 마치 신과 같은 위치에서 인물의 행동과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작가가 '왕 서방'을 주요 인물로 삼은 까닭
식민지 국민의 설움이 큰 시대 상황(1920년대 일제 강점기)에서 조선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중국인이 조선인에게 가하는 강압과 횡포 앞에서 우리 민족의 고통은 더욱 비극적이며 작가는 이를 포착하려 했기 때문임
연관 지어 읽기
- 전영택 <화수분> : 1925년 <<조선문단>> 1월호에 발표된 전영택의 대표적 작품으로 문체가 간결하고 사실주의적 수법이 뛰어나다. 가난하고 무식하지만 자기희생을 통해 어린 생명을 구하는 선량한 부부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주인공의 이름이 갖는 반어적 성격을 <감자>와 연관시켜 볼 수 있다.
- 김동인 <붉은 산> : 일인칭 관찰자인 나의 눈을 통해 주인공 삵을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에 만주로 이민을 가서 살던 우리 민족이 겪는 수난을 삵이라는 인물의 삶을 통해 그림으로써 조국 독립의 절실한 염원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주의적 기법 측면에서 <감자>와 연관시켜 볼 수 있다.
- 염상섭 <두 파산> : 경제적인 파산과 성격적인 파산을 겪는 인물의 행위 전개를 통하여 삶의 조건과 그에 대한 반응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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