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5. 19.

    by. 건물주님이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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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어느 날 숙부님께서 '조선의 심볼'이라는 황 진사를 나에게 인사시켰다. 거무스럼한 두루마기에 얼굴이 누르퉁퉁한 황 진사는 나이가 육십 가량 되는 노인이었다. 가을이 깊어갈 즈음, 완장 어른(숙부)을 찾아온 황 진사는 '쇠똥 위에 개똥 눈 흙가루'를 약이라 우기면서 비굴하게 끼니를 해결하려 한다. 그 일이 있은 지 사흘째 되는 날, 그는 그의 친구 책상을 팔아서 밥값을 해결하려고까지 한다. 이러한 황 진사는 몰락한 양반의 자손으로 자처하며 과거의 집착과 긍지를 결코 버리려 하지 않고 오히려 진사 행세를 한다. 그는 끼니를 때우기조차 힘들 만큼 가난하지만 솔잎 한 줌과 낡은 주역책을 때 묻은 전대 속에 차고 다니며 지략과 조화를 부려 보고 싶어 한다.

      늘 눈에 괸 눈물에서 혈육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던 숙모님과 나는 그의 중매를 들게 된다. 그러나 황 진사는 젊은 과부를 거부하는데, 그 이유인 즉 황후암 6대 직손이 어떻게 남의 가문에 출가했던 여자에게 장가를 드느냐는 것이었다.

      해가 바뀌고 새해가 되어 완장 어른께 인사를 드리러 왔다는 황 진사는 두루마기를 빨아 입은 위에 시커먼 안경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는 한 철 소식이 없다가 숙부님이 '대종교 사건'에 연루되어 피검되었을 때, 자기 조상도 모르고 지내다가 비로소 옛 조상을 상고해 냈는데, 그 옛 조상이 바로 화랑이라고 좋아하는 황 진사를 길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지 두 달 후, 나는 숙모님과 함께 곰쓸개, 오리 혀, 지렁이 오줌, 두꺼비 기름 등으로 만든 약을 온갖 불구자와 병신들에게 속이며 팔다가 순사에게 잡혀 가면서도 점잔을 떠는 황 진사를 보게 된다.

      황 진사는 초조하고 경황이 없는 나를 붙들고 지극히 중대한 사실을 발견했노라 했다. 그 지극히 중대한 사실이란 그가 근일 어느 서적을 뒤지다가 그의 윗대 조상이 신라 시대의 화랑이었음을 알았노라는 것이었다. 

     

    등장인물

    • 황진사 :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노인이면서 문벌을 중시하고, 나름의 전통 가치를 주장하는 홀아비. 그의 혁혁한 가문과 그의 궁핍한 처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반인이 종잡을 수 없는 희극적 성격을 보여주는 인물
    • 나 : 이 소설의 서술자. 일찍 부모를 여의고 숙부의 집에서 살고 있다. 상당한 한학적 소양 위에 근대적, 합리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조선의 현실을 걱정하고 있는 총명한 지식층 인물. 황진사의 한심스러운 언행을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는 선량한 품성과 아울러 냉철한 눈을 갖추고 있다. 
    • 숙부 : 금광을 경여하고 있으나, 조선의 현실을 걱정하고 그것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다 옥고를 치르는 지식 계층 인물. 조카보다 원숙하고 넓은 사고와 포용력을 지닌 인물. 역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꿰뚫어 보는 눈이 있다
    • 숙모 : 황 진사의 몰염치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애쓰는 후덕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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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풍자 소설, 순수 소설, 본격 소설
    • 성격 : 일화적, 풍자적, 회상적, 삽화적
    • 시간적 배경 : 일제 강점기의 1930년대
    • 공간적 배경 : 서울의 관상소, 집, 거리
    • 구성 : 시간적 순서에 따른 순행적 구성, 유사한 사건이 대등하게 연결, 장면 중심 일화적 구성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단순한 관찰자)
    • 어조 : 풍자적, 연민적, 비판적
    • 제재 : 몰락한 양반가의 후예로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상실하여 마침내 기이하고 모순된 성격을 갖게 된 한 인물의 행동
    • 표면적 주제 : 몰락한 양반의 시대착오적인 허세
    • 이면적 주제 : 전통적인 인간의 몰락에 대한 연민과 비애

     

    표현상 특징

    • 장면 전개식(유사한 사건의 중첩적 구조)으로 구성하여 인물의 성격을 구현하고, 삶의 단면을 제시함
    • 대화와 외부 묘사에 의해 심리를 나타냄
    •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여 서술하는 시점을 취함
    • 희극적인 소재와 행동으로 대상을 희화화
    • 인물에 대한 주관적 반응과 판단을 직접적으로 토로함
    • 단일한 구성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제시
    • 인물의 기이한 언행을 통해 인간의 속성을 드러냄
    • 대화와 외부 묘사를 통한 간접 제시를 통해 독자 스스로 판단하도록 함
    • 유사한 사건의 중첩적 제시

     

    이해와 감상

      김동리의 첫 작품인 <화랑의 후예>는 제목 그대로 신라 화랑의 후손임을 자처하는 황진사라는 인물을 묘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옛날의 이름난 유학자 황우암의 직손이라는 데에 굉장한 긍지를 느끼고 있는 인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난하기 짝이 없는 생활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기껏 어설픈 허세나 부리고 다니는 패배자에 불과하다. 김동리는 일인칭으로 등장하는 작중화자의 눈을 빌려, 이러한 황진사를 다분히 풍자적이면서도 연민에 가득 찬 시선으로 그려 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작품을 읽어 나가면서 한 가지 강한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김동리 자신이 분명한 전통 지향적 보수주의자이면서 왜 하필이면 첫 작품에서 황진사와 같은 인물(작가와 마찬가지로 전통 지향적 보수주의자의 계열에 속하면서도 다분히 엉뚱한 길로 빠져 들었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을 부각했느냐 하는 점이다.

      이 물음에 대하여 우리는 작가 스스로가 이 작품을 쓰던 시기에는 전통 지향적 보수주의에 대하여 다소 회의를 느끼는 자리에 서 있지 않았던가 라는 추측을 가져 볼 수도 있으나,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그렇게 보기에는 부정적 인물에 해당하는 황진사에 대한 작중화자의 시선(그리고 작가의 시선)이 너무나 따뜻한 연민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작가는 이처럼 보수주의자이면서도 다분히 엉뚱한 길로 나아가 버린 인물을 등장시켜 풍자와 연민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전통의 참으로 가치 있는 계승을 소망하는 자신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 라는 추측을 두 번째로 해볼 수 있는바,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 두 번째의 추측이 비교적 사실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또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 시기에 있어서 김동리는 한국의 전통적 정신을 이끌어 온 두 개의 축, 즉 무교와 유교 가운데에서 후자보다는 전자 쪽에 더 강하게 끌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무녀도>와 <바위>를 보면 이 시기의 김동리가 무교적 세계에 대하여 얼마만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반면, 유교적 세계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킨 작품은 적어도 이 시기에 있어서는 찾아지지 않는 것이다. 국가의 멸망으로 인하여 공식문화로서의 유교가 커다란 타격을 입은 반면 비공식문화를 대표하고 있던 무교는 상대적으로 더 강한 지속력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 당대의 상황이라고 할 때 김동리의 이와 같은 태도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며, 철저한 유생임을 표방하는 황진사가 그 명분과 실제 사이의 어긋남으로 인해 비판(비록 연민 섞인 비판이기는 하지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반드시 뜻밖의 일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 참고 문헌
    김동리 / 이동하 / 건국대학교 출판부 / 1996
    김동리 / 이태동 / 벽호 / 1993
    김동리 / 유기룡 / 살림 / 1996
    김동리 삶과 문학 / 김정숙 / 집문당 / 1996
    김동리 소설 연구 / 조회경 / 국학자료원 / 1999
    김동리 소설 연구 / 이진우 / 푸른 사상/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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