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5. 20.

    by. 건물주님이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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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남사당 패 우두머리가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에서 주막집 홀어미와 하룻밤의 인연을 맺는다. 그는 전라도 지방을 여행하다가 40여 년만에야 어린 딸 계연이를 데리고 화개에 들른다. 옛 주막집에는 그 홀어미 대신 딸이 환대한다. 

      화개 장터에서 주막을 꾸려 가며 사는 옥화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역마살을 없애기 위해 쌍계사에 보내 생활하게 하고 장날에만 집에 와 있게 한다. 

      어느 날, 체장수 영감이 딸 계연을 데리고 와 주막에 맡기고 장삿길을 떠난다. 옥화는 계연을 성기와 결혼시켜 역마살을 막아 보려는 심정에서 성기와 계연이 가깝게 지내도록 한다. 계연으로 하여금 성기의 시중도 들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계연의 귓바퀴에 난 사마귀를 보고 놀란 옥화는 계연이 자신의 동생일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어 두 사람이 가까이하지 못하게 한다. 남사당 패 우두머리가 바로 체장수 영감이고, 옥화와 계연은 서로 이복 자매가 되는 예감이 든 것이다. 체장수 영감이 돌아옴으로써 예감은 맞게 되고, 옥화와 계연이 이복 자매임이 밝혀지게 된다. 36년 전, 옥화의 모와 하룻밤 관계한 체장수의 딸이 옥화임이 밝혀진 것이다. 서로 맺어질 수 없는 사이이기에 체장수 영감은 계연을 데리고 고향으로 떠나가게 된다. 이 일이 있은 후 성기는 중병을 앓게 되고 병이 낫자 역마살을 따라 엿판을 꾸려 집을 떠난다.

     

    등장인물

    • 성기 : 화개장터 주막집 옥화의 아들. 역마살을 타고난 운명적 인물. 계연에게 사라으이 감정을 느꼈으나 자신의 이모임을 알고 자신의 팔자에 따라 장돌뱅이로 나선다. 정적인 인물
    • 옥화 : 주막집 주인. 성기의 모. 계연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려 했으나 자신의 동생임을 알고 성기를 설득하나 실패함
    • 계연 : 체장수 영감이 나이 50이 넘어 낳은 딸. 옥화의 이복동생. 성기를 사랑하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아버지를 따라 떠남
    • 체장수 : 계연의 부. 역마살이 낀 인물로 36년 전 옥화의 어머니와 관계한 일이 있음

     

    핵심 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순수 소설
    • 구성 : 단순 구성, 입체적 구성
    • 배경 : 전라, 경상도의 경계 지역인 화개 장터
    • 상징 : 역마(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유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 화개(남녀간의 사랑)
    • 특징 : 화개장터를 배경으로 설정하여 인생과 길의 유사성을 보여 줌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성격 : 무속적, 운명적
    • 문체 : 간결체, 화려체
    • 출전 : <백민> (1948)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의 테마는 역마살로 대변되는 운명론이다. 남사당과의 하룻밤 인연의 소산인 옥화는 다시 떠돌이 중과의 인연으로 성기를 낳는다. 성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역마살을 운명적으로 갖게 된 것이다. 그 역마살을 풀어 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기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소설은 종결된다.

      사실성을 요구하는 소설의 관습으로 본다면, 이 작품은 우연으로 점철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루 저녁 놀다 간 남사당(현재의 체장수)에게서 옥화를 낳은 할머니, 떠돌이 중으로부터 성기를 낳게 된 옥화, 마침내 엿목판을 메고 유랑의 길에 오르는 성기 등 삼대에 걸친 역마살의 내력이나, 옥화와 계연의 만남, 옥화가 계연이 자기의 이복동생임을 알아차리는 계기 등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한 사건들이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우연들은 김동리의 소설 속에서는 단순한 우연에 그치지 않고 운명의 지위로 올라선다. 이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의 삶은 자신의 의지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이미 운명적으로 주어져 있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단단한 테두리에 둘러싸여 있다.

      민속적인 소재를 통하여 토속적인 삶과 그 운명이 시적으로 승화된 이 작품은 <무녀도>, <황토기>, <바위> 등의 작품과 함께 김동리의 운명론적 문학관을 나타내 주는 초기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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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해설

      역마에서 주목하여야 할 것은 화개장터라는 공간적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삶이 근본에 있어서 일치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즉 주인공 성기의 집안이 할머니때부터 안정된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떠돌이의 피가 섞인 채 내려온 것이 다분히 화개장터라는 공간의 성격과 일치되는 것으로 파악되어 있는 것이다. 이 점으로 보면 <역마>는 다분히 <황토기>의 세계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황토기>의 경우 공간적 배경과 인물들의 삶 사이의 일치라는 것이 인간의 이해력을 넘어선 운명과 같은 성격을 띤 것이라면, <역마>의 그것은 단순한 인간적 차원의 것으로 이해될 가능성도 가지고 있으며, 그런 만큼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러므로 <역마>에 나오는 주인공 성기의 운명을 <황토기>의 경우와 같은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려면 또 다른 장치가 필요하게 되는데, 김동리는 이 장치를 다름 아닌 사주에서 구해 오고 있다. 본래 사주란 풍수와 동일한 범주에서 이야기될 수 있는 것으로 최창조가 말하듯 기를 공간적으로 파악하여 땅속에 흐르는 기, 즉 자기의 덕을 얻어 보자는 사상이 풍수라면 시간적으로 이것을 받아들여 사람이 특정 시기에 받은 기로 말미암아 그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보아 그것을 연구하는 분야를 사주명리학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니만큼 김동리가 여기서 사주의 역마살을 끌어들인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역마>의 사건전개는 바로 이 사주의 절대성을 강조하면서 인간은 사주가 가리키는 운명의 힘에 순응함으로써만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전달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우리는 김동리가 <역마>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문학하는 것에 대한 사고>라는 글에서 "우리는 우리들에게 부여된 우리의 공통된 운명을 발견하고 이것의 전개에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주장한 것을 떠올릴 수 있거니와, 그 운명의 모습이 여기서는 바로 사주라고 하는 전통적 민간신앙의 차원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인륜의 법도를 지켜야 한다(이모와 조카 사이의 결합은 설령 본인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가운데서라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유교적 이념과 명도의 신통력이라고 하는 무교적 장치가 함께 작용함으로써 이 작품을 더욱더 강한 힘으로 전통적인 세계에 밀착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역마>는 결국 서구지향적인 좌익 세력에 대하여 전통지향성으로 맞서고 진보를 외치는 그들에 대하여 불변의 인간 조건이 존재함을 강조하며 운명의 부정을 말하는 그들에 대하여 운명에의 순응을 내세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또 하나 유의할 것은 <무녀도>에서 <달>에까지 이어지는 비극의 색채가 적어도 이 <역마>에서는 제거되어 있으며, 자연 혹은 운명과의 조화라는 측면만이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보면 <역마>는 전통적인 정신의 세계를 가장 순수하게 구현하고 있는 작품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어쩌면 김도리는 해방을 맞이한 시점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 <역마>에서 가장ㅅ 누수한 모습으로 그리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김윤식이 <역마>를 두고 "가장 김동리다운 작품"이며 "그의 문학적 원점이자 회귀점"이라고 평가한 것은 이런 각도에서 볼 때 수긍되는 바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말하고 있는 운명 순응의 사상을 그것이 현실 속에서 나타날 때에는 분단이 고착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의 현실 순응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가진다는 점, 그리고 바로 김동리 자신의 삶이 그러한 가능성을 실증해 보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남긴다. 

     

    김동리<역마> 보러가기

     

    역마 : 선생님과 함께 읽는 -물음표로 찾아가는 한국 단편소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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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고 문헌
    김동리 / 이동하 / 건국대학교 출판부 / 1996
    김동리 / 이태동 / 벽호 / 1993
    김동리 / 유기룡 / 살림 / 1996
    김동리 삶과 문학 / 김정숙 / 집문당 / 1996
    김동리 소설 연구 / 조회경 / 국학자료원 / 1999
    김동리 소설 연구 / 이진우 / 푸른사상/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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