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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봉필이는 악랄하기로 유명한 마름이다. 그는 머슴 대신 데릴사위를 열이나 갈아치웠다가 재작년 가을에 맏딸을 시집보냈다. 점순이도 세 번째 데릴사윗감을 들였다. 나는 그의 세 번째 데릴사위이다. 네 번째 놈들을 들이려다가 장인은 내가 일도 잘하고 어수룩하니까 붙들어 둔다. 그러나 여섯 살인 셋째 딸이 열 살은 되어야 데릴사위를 할 터이므로 장인은 나를 결혼시켜주지 않는다. 나는 데릴사윗감으로 봉필이 집에서 사경 한 푼 받지 않고 일한 지 벌써 삼 년 하고 일곱 달이 되었다. 작년에 내가 사나흘 누워 있자 장인은 울상이 되어 결혼시켜 준다고 나를 달랜 일이 있다. 그러나 기한을 정하지 않고 점순이가 자라면 성례를 하기로 한 애초의 계약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어제 화전밭을 갈 때 점순이가 밤낮 일만 할 것이냐고 했다. 나는 모를 붓다가 점순이가 먹고 키가 큰다면 모를 일이지만 장인님의 배만 불릴 것을 생각하니 화가 난다. 나는 배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논둑으로 올라간다. 논 가운데서 이상한 눈초리로 노려보던 장인님은 화가 나서 논둑으로 오르더니 내 멱을 움켜잡고 뺨을 친다. 장인님은 내게 큰 소리를 칠 계제가 못되어 한 대만 때려놓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장인을 혼내주고 집으로 가고 싶지만 남 부끄러워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나는 장인이 될 봉필이를 구장댁으로 끌고 간다. 구장님은 당사자가 혼인하고 싶다는데 빨리 성례를 시켜주라고 한다. 봉필이는 점순이가 덜 컸다는 핑계를 또 한 번 내세운다. 이틀 뒤에 점순이는 구장댁에 갔다가 그냥 오는 법이 어디 있느냐면서 얼굴이 빨개져서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아내 될 점순이가 병신이라고 하자 어떻게든지 결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한다. 일터로 나가려다 말고 나는 바깥 마당 공석 위에 드러눕는다. 대문간으로 나오던 장인은 징역을 보내겠다고 겁을 주지만 징역 가는 것이 병신이라는 말보다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 나는 말대꾸만 한다. 화가 난 장인은 지게막대기로 배를 찌르고 발길로 옆구리를 차고 볼기짝을 후려갈긴다. 나는 점순이가 보고 있음을 의식하고 벌떡 일어나서 봉필의 수염을 잡아챈다. 바짝 약이 오른 장인님은 나의 사타구니를 잡고 늘어진다. 할아버지까지 부르다가 거진 까무러치자 장인님은 나의 사타구니를 놓아준다. 나는 엉금엉금 기어가서 장인님의 사타구니를 잡고 늘어진다. 장인님이 할아버지라고 하다가 점순이를 부른다. 점순이는 내게 달려들고 나는 점순이의 알 수 없는 태도에 넋을 잃는다.
작품해설
<봄·봄>의 화자인 나는 자기 딸 점순이와 혼인시켜 준다는 장인의 약속만 믿고 점순의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와 4년 가까이 새경 한 푼 못 받고 머슴처럼 이릉ㄹ 해오던 터이다. 여기서 장인과 나 사이의 갈등이 비롯된다. 하지만 이 갈등은 심각하고 진지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 1인칭 화자 서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주인공 나의 어수룩함과 장인의 간교함을 대비시킴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특히 점순이의 키를 두고 입씨름을 벌이는 대목과 장인 사위가 뒤엉켜 서로 급소를 공격하며 싸우는 장면은 자못 심각할 수 있는 갈등을 웃음으로 풀어나가는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한편, 장인과 주인공의 대립에 끼어들어 이야기의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가 점순이의 행동이다. 그녀는 자기 아버지에게 함부로 대들지 못하는 화자에게 핀잔을 주면서도 주인공이 막상 이를 실행에 옮기자 자기 아버지의 편을 드는데, 어수룩한 주인공은 점순의 태도가 돌변한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핵심정리
- 시간적 배경 : 1930년대
- 공간적 배경 : 강원도 산골 마을인 점순이의 집과 전답
- 시점 : 1인칭 주인공
- 서술상 특징 : 향토적 어휘 속에 희극적 어투와 문장, 해학적 어조, 간결한 문체, 역순행적 구성(나의 회상에 의해 진행)
◎ <봄·봄>에 나타난 풍자와 해학
풍자와 해학은 모두 웃음을 동반하는 현실 비판의 방법이다. 그러나 풍자는 비판적 요소를 따끔하게 지적하여 비꼬는 공격적인 글쓰기 방식인데 비해 해학은 대상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익살이 담긴 글쓰기이다.
김유정의 <봄·봄>에는 해학적인 요소가 짙게 깔려 있는데 어리숙하고 바보 같은 한 머슴을 비판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동시에 이 어리숙한 머슴에 대한 연민과 동정 그리고 인간적인 애정이 깔린 것이어서 풍자라기보다는 해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
- 나 : 주인공. 작중화자. 우직하고 순박한 데릴사위인 머슴. 자신이 처한 현실을 알면서도 그곳에서 탈피할 수 없는 어리숙한 인물
- 봉필(장인) : 자신의 딸을 미끼로 여러 명의 데릴사위를 번갈아 두고 무보수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교활하고 욕심 많은 영감. 배 참봉댁의 마름으로 있음
- 점순 : 깜찍하고 야무진 성격의 소유자. 나와 혼인을 약속한 사이. 16세가 되었으나 키가 작다는 이유로 혼인하지 못함. 나를 배후에서 조종하지만, 나와 장인의 싸움에서 엉뚱하게 장인의 편을 든다
봄봄:김유정 단편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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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문헌
권영민 / 한국현대문학사 / 민음사 / 2002
최병우 / 김유정 소설의 다중시점에 관한 연구 / 한국현대소설학회 현대소설연구 / 2004
김유정, 채만식 / 20세기 한국소설 5 / 창비 / 2005
인터넷 김유정 문학촌 http://www.kimyoujeong.org/김유정문학촌
김유정문학촌
www.kimyouje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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