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7. 4.

    by. 건물주님이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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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흥길 <장마>

    줄거리

      나는 친할머니와 사돈댁에서 신세를 지는 처지(전쟁으로 인해 서울에서 피난 온 외가의 처지)에 있는 외할머니가 계신데, 이 두 분은 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날 밤, 외할머니는 국군 소위로 전쟁터에 나간 아들이 전사하였다는 통지서를 받는다. 이후부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외할머니는 빨갱이는 다 죽어라고 저주를 하였고,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친할머니가 이 소리를 듣고 노발대발한다. 그것은 곧 빨치산에 나가 있는 자기 아들더러 죽으라는 저주와 같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떤 사람의 꼬임에 빠져 삼촌이 집에 왔었다는 말을 해서 아버지가 지서에 끌려가 한동안 고생하게 했던 사건을 저질러 할머니의 분노를 산 상태였다.

      빨치산 대부분이 소탕되고 있는 때라서 가족들은 대부분 할머니의 아들, 곧 삼촌이 죽을 것이라고 믿지만, 할머니는 '아무 날 아무 시'에 아무 탈 없이 돌아온다는 점쟁이의 예언을 근거로 아들의 생환을 굳게 믿고 아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그 날이 가까워지면서 우리 집은 장마통에도 할머니의 성화 때문에 대단히 바빴다.

      그러나 예언한 날이 되어도 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실의에 빠져 있는 할머니. 그때 난데없이 구렁이 한 마리가 애들의 돌팔매에 쫓기어 집안으로 들어온다. 이를 본 할머니는 별안간 졸도하게 되고, 집안은 온통 쑥대밭이 되는데, 외할머니는 아이들과 외부인들을 쫓아 버리고 감나무에 올라앉은 구렁이에게 다가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할머니 머리에서 빠진 머리카락을 불에 그을린다. 그 냄새에 구렁이는 땅으로 내려와 대밭으로 사라져 간다.

      그 후 할머니는 외할머니와 화해하게 되고 일주일 후 숨을 거둔다. 그리고 장마가 걷힌다. 

     

    이념의 대립과 갈등

      이 소설의 바탕 구조는 이념의 대립과 갈등이다. 그러나 이 갈등은 당사자들에의해 직접 표면화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간접화된다. 이 갈등의 전선에 서 있는 인물은 한 집에 같이 살고 있는 할머니와 외할머니이다. 외삼촌은 국군, 삼촌은 빨치산. 할머니들이 그 자식들이 선택한 이데올로기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고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도 두 할머니는 그것 때문에 대립하는 것이다. 실상 두 할머니가 갈등을 보이는 것은 자식에 대한 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 갈등의 해소와 화해를 위해 도입한 것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 정서이다. 구렁이로 상징된 샤머니즘을 통해 그동안의 갈등을 극복하는 결말로, 이 작품은 이데올로기 대립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의 하나로서 민족적 보편 정서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갈등이 해소되는 데는 샤머니즘뿐만 아니라, 두 할머니가 다 같이 가지게 된 피해자로서의 '한'도 중요한 몫을 한다. 과정이야 어떻든 아들을 잃었다는 점은 두 할머니가 공통되며, 그것만이 할머니들의 관심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구렁이는 갈등 해소의 정점에 놓인 상관물이다. 민속 신앙에서 구렁이는 지킴이, 즉 터주로 상징화되어 있기 때문에 꺼리는 대상이 아니라 외경시되는 존재이다. 집 안으로 찾아온 구렁이는 아들의 변신이고, 그 아들에게 무한한 이해와 애정을 주는 외할머니였기에 할머니는 외할머니에 대한 증오를 사랑으로 바꾼다. 이 사랑과 용서는 이 작품의 주제이다. 이념의 대립도 인간애에 의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인 것이다.

     

    시점

      이 작품의 시점은 유년기 소년의 시점이다. 이데올로기에 무지한 유년기 아동의 순진한 눈을 이용하는 이러한 시점은 남,북한의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도 그것의 부정적 실상을 잘 드러내 준다는 이점이 있다. 아울러 전통 가정에서의 자식에 대한 끈끈한 정이 유년기 시점을 선택함으로써 더욱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계절적 배경의 의미

      장마는 우리 민족에게 닥쳐온 전쟁을 상징한다. 장마 초기부터 시작된 이 작품이 장마의 끝 무렵에, 장마 동안 갈등하던 두 할머니가 화해한다는 결말로 끝나는 것도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고 남, 북한이 화해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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