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7. 4.

    by. 건물주님이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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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흥길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줄거리

      고생 끝에 어렵사리 성남시에 자기 집을 마련한 오선생은 집을 마련하느라 금전적으로 무리한 것을 메꿔 볼 요량으로 문간방을 세놓는다. 어느 날 임신한 아내와 어린 두 남매를 거느린 채 몇 안 되는 세간을 가지고 권 씨가 이사를 온다. 오선생은 이순경으로부터 권기용 씨가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파괴했다는 죄로 여러 해를 복역하고 나와서는 시방도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는 위험인물'이라는 말과 그렇지만 '착하고 양순한 사람'이며 '틀림없이 오선생도 권 씨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실제로 난폭한 구석은 찾아볼 수 없게 맑고 섬세한 권 씨는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바로 살림이나 처지에 어울리지 않게 아홉 켤레나 되는 구두를 유난히 잘 닦고 광을 내 신고 다닌다는 것이다. 하루는 이순경에게서 권 씨가 닷새 전에 출판사를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날 술에 취해 들어온 권 씨는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광주(지금의 성남시)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선다는 소문에 권 씨는 빚을 내어 편법으로 철거민입주권리를 얻고 이십 평짜리 땅에 집을 짓는다. 그러나 행정 당국에서 주민들의 입장을 무시하고 부당한 요구를 해오자 주민들은 투쟁위원회를 조직하여 이에 맞선다. 권 씨는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의 주동자로 몰려 징역을 살고 나왔다는 것이다.

      얼마 후 권씨의 아내가 아이를 순산하지 못해 수술을 받을 처지가 되었다. 권 씨가 나에게 수술비용을 빌려달라고 하였으나, 나는 그것을 거절하지만 이후에 권 씨 부인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른 권 씨는 그날 밤 나의 집에 강도로 침입했다. 나는 그가 권 씨임을 알아차렸고 그를 안심시키려 했으나 정체가 탄로 난 것을 안 권 씨는 자신이 아끼던 아홉 켤레의 구두만을 남긴 채 행방불명이 된다.

     

    짜임

    • 발단 - 권씨가 나의 집 문간방에 전세로 입주함
    • 전개 - 생활 능력이 부족한 전과자이면서도 구두에 대한 정성이 지극한 권 씨
    • 위기 - 아내의 입원비를 빌리려는 권 씨의 청을 거절했다가 나중에 권씨 모르게 돕게 됨
    • 절정 - 권 씨가 나의 집에 강도로 침입했다가 자존심만 상한 채 나감
    • 결말 - 아홉 켤레의 구두만 남기고 권 씨가 행방불명됨

     

     

    핵심정리

    • 갈래 : 중편소설, 세태소설
    • 성격 : 사실적, 비판적, 현실 고발적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시간적 배경 : 1970년대
    • 공간적 배경 : 성남시
    • 주제 :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의 삶에 대한 연민과 현실 고발

     

     

    등장인물

    • 나(오선생) : 셋방살이 끝에 어렵게 집을 마련한 교사로, 이 소설의 서술자
    • 권 씨 : 도시 빈민 소요사태의 주동자로 몰려 전과자가 된 인물로 경제적으로 무능

     

    이해와 감상

      윤흥길의 작품 세계는 두 계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어린 시절 6.25 전쟁 와중에서의 체험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서술한 작품이며, 그 예로 <장마>가 있다. 또 하나는 어른이 된 뒤에 관찰한 현실 사회의 모순을 풍자, 고발하는 작품으로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들 수 있다.

      1977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이 작품은 작가 스스로 겪은 가난하고 고단한 성남에서의 생활과 광주대단지 사건을 토대로, 평범한 한 소시민이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어떻게 폭력전과자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실감 나게 그려 보인 작품이다. 개인의 문제가 사회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소설이다. 

      권 씨는 대학을 나와 출판사에서 일하는 자신을 중산층 지식인쯤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지식인 노동자라는 어정쩡한 계층임을 깨닫는다. 권 씨를 노동자가 아닌 지식인으로 인정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식인이라는 자부심과 자존심 하나로 살아가는 그는, 자신이 '안동권 씨'라는 것과 '대학 나온 사람'임을 드러냄으로써 그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키려 한다. 권 씨가 자꾸 닦아 광을 내는 '아홉켤레의 구두'는 자신의 계층적 정체성에 집착하는 그의 강박적 심리를 나타내는 표상물이다.

     

    상징적 의미

    • 아홉 켤레의 구두 : 권씨가 지닌 최후의 자존심
    • 구두를 닦는 습관 : 경제적으로는 궁핍할지언정 정신적 자존심은 잃지 않겠다는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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