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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 문학의 대표적 특징이라면 서정성, 향토성, 온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주제나 문체, 배경이나 인물, 사건 등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파악할 수 있다. 그의 문학은 동심과 선의를 바탕으로 한 서정성을 간결하고 읽기 쉬운 맑은 문체로 표현하였다. 사투리와 비속어를 사용하여 농, 어, 산촌에 살고 있는 토속적이며 순박한 작중 인물을 사실적으로 나타냈으며, 각박하고 생기 없는 현실 속에 온화한 인정의 입김을 불어넣어서 인생의 애환을 그려내는 문학적 특징을 가졌다.
서정성
오영수 소설 대부분은 서정 소설의 특징을 드러낸다. 그의 소설이 서정적이게 하는 요인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자연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 많다. 오영수 소설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시적 정서를 드리우는 동심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소년, 소녀를 통하여 그들의 자연 그대로인 동심을 통한 인간의 선성을 강조하였다. 작가가 이런 동심의 세계를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기성세대에 물들지 않은 순진한 눈으로, 전원의 일부로서 동화되어 버리는 동심의 세계에 대한 추구 때문인 것 같다.
<태춘기>는 한 소년의 눈을 통하여 전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경이로움이 잘 드러난 순수 소설이다. 이 작품 역시 목가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한 서정적 내용이 독자들에게 아련한 추억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요람기>는 산골 소년의 생활을 4계절의 변화에 따라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으로 쓰여졌다. 발단 부분에서 인물과 배경이 소개되며 봄철의 놀이에 얽힌 추억이 병렬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한편의 시화나, 동양화 속의 오누이를 연상시키는, 토속적인 아름다움이 동심의 세계와 어울려 여름밤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즉,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세계는 전원과 어우러지는 조화를 통해 서정적이고 향토적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며, 순진한 동심의 세계와 어우러지는 배경은 서정미 넘치는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자연은 독자들에게 천진하고 순박한 동심의 세계를 보여주며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추억 속으로 안내하고 있다.
둘째로 소년의 사랑이나, 육체적인 애정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이 소설의 서정적인 특질이 된다.
황순원의 <소나기>를 연상시키는 <코스모스와 소년>은 교사의 딸인 G와 소년 사이의 사춘기 사랑의 이야기인데 순진무구한 애정의 눈뜸이 드러나고 있다. 육체적 욕구나 세속적인 생활을 위한 사랑이 아니라 순수한 감정에서의 사랑이 제시되므로 청순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낚시터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의 감정에 빠지는 중년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수련>의 경우도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한 번도 사랑한다는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면서 안타까운 애정의 감정에 젖어있는 이들의 소극적인 사랑은 사춘기의 첫사랑과 다를 바 없는 순수성이 나타난다.
오영수 작품의 남녀간의남녀 간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거나 상대방의 죽음으로 끝이 나기 때문에 더욱 애틋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된다. 이와 같은 정신적 사랑 이야기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사랑을 다룬 <한탄강>과 <실걸이 꽃>에서도 나타난다. 오영수의 문학에서 남녀 간의 사랑은 타락한 현실을 그리기보다는 정신적으로 승화될 수 있는 사랑을 그리고자 한다. 삶을 그리되 그것을 뛰어넘고자 했으며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을지라도 사랑의 힘을 믿고자 한다.
이러한 작품은 혼탁한 현실을 떨쳐버리고 맑은 공기와도 같은 서정의 세계를 묘사하려는 작가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로 문체가 간결체로 되어 있어 시적 분위기를 일으키고 있다. 그의 소설을 보면 활자로 빡빡하게 채워진 면은 찾아볼 수 없다. 문장의 단위가 거의 행의 단위로 된 행갈이를 사용하여 어떤 면은 거의 시와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자연의 배경에 대한 묘사가 수채화를 연상할 만큼 서정적이다.
이러한 문장의 간결성은 은유와 상징의 활용과 함께 서정적 소설로서의 특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 오영수 소설은 군더더기의 묘사가 빠진 압축되고 간결한 문체가 특징이다. 간결한 문장은 문장의 호흡이 빠르고, 선명한 인상을 독자에게 주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읽고 이해하기 쉬우며 산뜻한 느낌을 갖게 한다.
향토성
오영수의 소설은 숭늉냄새 그윽한 향토적인 작품을 끊임없이 발표하였다. 오영수 소설에 나타난 향토적인 자연성은 배경, 사투리 사용, 인물 유형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오영수 소설에 나타나는 토속적인 정경이 농, 어, 산촌의 토속인이거나, 어린이들이거나, 소외된 서민층인데, 이들에게서 문명에 찌들지 않은 원초적인 자연성을 엿볼 수 있다. 자연의 개념을 사람의 힘을 보태지 않은 천연그대로의 존재라고 규정할 때, 농 어촌의 토속적인 배경에서 사용하는 사투리의 능숙한 구사나 순박한 상태의 인물들을 자연성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원시 그대로의 자연 환경이 배경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가 친숙하게 잘 아는 농촌, 현대 문명의 혼탁함에 오염되지 않은 순박하고 토속적인 배경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토속적인 배경은 작품의 자연성을 살리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요람기>나 <태춘기>에서 펼쳐지는 배경은 목가적인 자연이며, <두메낙수>는 '토장국냄새'가 풍기는 두메산골이다. <화산댁이>의 배경은 '보리밭이 곧 마당인 낡은 초가집'이고, <은냇골 이야기>의 배경은 "나라에서 세금을 받으러 온 적도 없고 관에서 호구조사를 나온 적도 없는" 그러한 깊은 산 속이며, <갯마을>의 배경은 "덧개덧개 굴딱지가 붙은 모 없는 돌로 담을 쌓고, 낡은 삿갓 모양 종기종기 엎딘 초가가 스무 집 될까 말까"한 어촌이다. <산딸기>의 배경은 산자수명하고 단풍이 좋은 한월산 깊숙한 곳에 있는 석남사이며, <잃어버린 도원>의 배경은 전설적 고장인 '금배미'라는 산속 무릉도원이다. 이러한 배경은 인공이 가해지지 않은 순수한 자연이다. 이러한 행토성 짙은 작품들은 거의 시기를 구분할 수 없이 끊임없이 발표되었다.
이러한 농, 어, 산촌의 토속적인 배경은 작가가 출생하여 상경하기 전까지의 생활 현장이었으며 그가 도시생활을 할 때도 항상 동경하던 이상향이었다. 자연 속에서 인간 본연의 삶을 추구하고자 했고, 자연과 조화된 생활만이 현대 문명의 폐해로 인해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로 생각했다.
둘째, 지방 특성에 따른 사투리의 능숙한 구사이다. 오영수는 그의 소설 분위기에 맞는 사투리를 사용함으로써 토속적인 자연성을 나타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사투리의 사용 중에서도 그가 자라온 경상도 사투리뿐만 아니라, 전라도, 충청도, 함경도 방언 등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구사한다. 이러한 사투리의 사용은 작품의 분위기를 한결 구수하고 토속적이게하며 잊혀가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농, 어촌이나 산촌 등에 등장하는 토속적 인물들은 거의 예외 없이 토속적인 어휘를 자연스럽고 거침없이 쓴다.
셋째, 등장하는 인물의 대부분이 농, 어, 산촌의 토속인이거나 순진한 어린이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 인물의 대다수가 선량하고 인정이 으며, 주어진 환경에 숙명적으로 순응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성격의 변화나 갈등은 거의 보이지 않는 단순한 인물들이다.
선량하고 인정 많은 농, 어, 산촌의 인물들을 통하여 작가는 따뜻한 인간애를 작품 속에 투영시키려고 하였으며, 운명에 순종하는 단순한 인간들의 세계를 통하여 오염되지 않은 인간의 자연성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또 순진무구한 어린이를 많이 등장 시켜 이런 어린이의 눈을 통하여 인간의 궁극적인 선의 세계를 그리고자 하였다. 오영수는 <태춘기>에 대해서 언급하는 글에서 "웅아나 선아와 같은 인간은 내 유일한 마음의 벗들입니다. 이러한 인간들은 내 마음을 즐겁게 해 주고 사랑스럽게 해 주고 메말랐던 심정을 적셔주곤합니다.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순결한 그들의 가슴속에는 고귀한 인간의 영혼이 숨 쉬고 있습니다."라고 한 바, 기성세대에 물들지 않은 어린이를 통하여 인간의 자연성을 드러내고자 한 작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렇게 자연에 몰입하여 사는 꾸밈없는 토속적인 인물들을 행복하게 묘사함으로써,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자연에 몰입하여 삶을 이루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작가 자신의 자연애 사상의 간접적인 시사라고 생각된다.
온정성
오영수의 전체 작품에서 한결같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인간의 선성에 대한 작가의 확신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작중 인물을 통해서 확인되는데, 오영수 소설의 작중 인물은 대부분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이며 한결같이 선량하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 그대로인 동심을 통해서, 감방의 범법자나, 심지어 아비를 목 졸라 죽인 용서받을 수 없는 자식을 통해서까지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선성을 찾으려고 하였다. 이러한 점은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작가의 인생관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이러한 생각은 포용적인 작가의 시선이 소설 속에 투영되어 현실 사회와 역사 속에서 그것들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인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극한적 상황에서도 인정을 나누는 선량한 주인공을 통해서 확인된다. 오영수 소설의 중요한 세계는 인간의 선성을 깨우치는 것이다. 인간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이 어떠한가에 따라 문학적 입장이 달라진다고 볼 때 오영수의 문학관은 선의의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오영수의 대부분의 소설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은 작가의 이러한 천성이나 인생관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을 대하는 그의 시선은 냉정한 비판자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에게 베풀 수 있는 부드럽고 밝은 온정의 시선인 것이다.
오영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역경에서도 용서하고 순응하며 선량하고 인정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삶에 있어서 어두운 면이나 인간의 결함을 확대하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어두움과 결함 속에 내재된 밝음이나 끝까지 모질 수만은 없는 인간의 마음을 찾으려했던 작가의 포용적인 시선을 작품 속에서 느낄 수 있다. 선을 추구하는 것은 작가의 천성적인 인생관인 동시에 작가의 이상이었던 것이다.
그는 한국고유의 농촌풍경을 소설의 배경으로 택하여 그 속에서 살아가는 착하고 순박하며 토속적인 사람들의 생활을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소외된 자의 삶에 대한 애틋한 애정을 표현하는 문학적 개성을 보이고 있다. 또 문학에 자신의 체험을 충실히 반영하면서 자연에 대한 서정적인 이해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고 한국적 향토색을 구축한 작가였다. 천성적인 인정미와 전원적 삶에 대한 애정은 그의 문학적 분위기를 순수하고 서정적인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를 그만의 특수한 수법으로 영롱하게 엮어 놓아서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과 정서를 순화시키는데 성공한 작가의 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 참고 문헌
한은희 / 오영수 소설 연구 /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 1997
서광숙 / 오영수 소설 연구 / 영남대학교 / 2002
김지영 / 오영수 소설 연구 / 강릉대학교 교육대학원 / 1998
송준호 / 오영수의 갯마을 연구 / 한국언어문학 / 2002
권영민 / 한국현대문학사 2 / 민음사 / 2002
송하섭 / 한국현대소설의 서정성 연구 / 단국대학교출판부 /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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