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7. 25.

    by. 건물주님이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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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인 <강> 줄거리 및 핵심정리

     

    줄거리

      김 씨와 이 씨는 박씨네 하숙생들이다. 셋은 버스를 타고 혼삿집으로 가고 있다. 박 씨는 군대 기피자였고,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을 사직한 처지다. 그의 곁에는 살찐 젊은 여자가 앉아 있다. 늙은 대학생 김 씨는 외투 속에 웅크린 채로 진눈깨비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자기만의 상념에 빠진다. 세무서원 이 씨는 여 차장의 엉덩이가 크다고 생각하며 그녀와 유쾌하게 노닥거린다. 박 씨는 옆에 살찐 여자와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녀는 술집 작부다. 이들 셋과 여자는 같은 곳에서 하차한다. 밤늦게 혼삿집을 다녀온 세 남자는 거나하게 취해 버린다. 박 씨와 이 씨는 낮에 만났던 작부의 술집으로 가고, 김 씨는 혼자 여인숙에 눕는다. 침구를 가지고 방에 들어온 여인숙 집 아이는 반장이라는 명찰을 가슴에 붙이고 있다. 아이는 일등을 했다고 자랑한다. 아이를 보내며 김 씨는 과거를 생각한다. 동네의 천재였던 아이가 가난과의 싸움에서 피곤한 낙오자로 전락하는 과정을 떠올린다. 밖에는 눈이 쌓이고 김 씨는 잠이 든다. 술집에서는 술판이 벌어진다. 이 씨가 여자의 손목을 잡아끈다. 술집 여자는 이 씨 품에 안겨 김 씨가 대학생이라는 말을 유심히 듣는다. 여자는 밖으로 나와 옆집 여인숙의 사립문을 열고 불이 켜져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김 씨는 새우잠을 자고 있다. 여자는 이불을 끌어다가 덮어 주고 베개를 바로 해 주고는 그 얼굴을 들여다본다. 대학생! 하고 뇌까린다. 그녀는 남폿불을 끈다.

     

    핵심정리

    • 갈래 : 단편소설
    • 시간적 배경 : 1960년대
    • 공간적 배경 : 눈 내리는 겨울의 시골 군하리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문체 : 간결체
    • 어조 : 과거의 삶을 회상하며 꿈을 되찾고자 하는 비감어린 분위기 
    • 주제 : 삶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의 소시민적 비애
    • 출전 : <창작과 비평> (1968)

     

    구성

    • 발단 - 버스 안. 혼삿집에 가는 세 사내와 그들과 동석한 술집 여자
    • 전개 - 그들의 회상 속에 인간적 면모가 암시되며 각자의 기질이 드러난다
    • 갈등 - 늦게 혼삿집에 다녀온 그들은 술집에 모인다. 김 씨는 삶의 낙오자임을 되뇐다
    • 절정 - 홀로 여인숙에 든 김씨. 공부 잘하는 소년을 통해 삶의 전락 과정을 회상한다
    • 결말 - 신부의 꿈을 꾸는 술집 여인은 대학생 김 씨에게 순수한 사모의 감정을 지닌다

     

    등장인물

    • 김씨 : 늙은 대학생. 가난 때문에 좌절을 맛본 이상주의자. 지금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우울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 박 씨 : 전직 초등학교 교원. 이 씨의 하숙집 주인. 세상을 자기 식으로 살아간다고 자부하나 그 행동이 페이소스를 지닌다
    • 이 씨 : 세무서 주사. 농담을 즐기며 멋을 잘 부림. 속물근성이 다분하다
    • 여자 : 술집 작부. 버스에서 세 사내를 만난다. 신부의 꿈을 꾸는 여자

     

    이해와 감상

      1960년대 군하리라는 시골에 눈이 내리는 날을 배경으로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간결한 문체로 잔잔하게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김 씨는 늙은 대학생으로 점차 자신감을 잃어 가는 인물이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꿈을 잃어버리고 소시민이 되어 가며, 그 소시민은 자신의 소시민성을 감추기 위해서 허풍, 오기 따위의 위선의 세계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여인숙에서 만난 공부 잘하는 소년(반장 표찰을 붙인, 조금은 뻔뻔스러운 소년)을 통해서 그러한 깨달음을 확인한다. 박 씨는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둔 사람인데, 제 나름대로 삶을 즐기고 있다고 자부하나 서서히 자신감을 상실해 감을 감추지 못한다. 세무서 주사 이 씨 역시 일상을 유쾌하게 대하고 있지만, 그가 드러내는 속물근성은 소시민적 페이소스를 심화시킬 뿐이다. 이 소설의 백미는 후반부에 표현된 술집 여자의 태도이다. 그녀는 버스에서 세 사내를 만난 후 혼삿집까지 따라갔다가 박 씨, 이 씨와 어울려 술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대학생이라는 말에 자극되어 옆집 여인숙에 투숙한 김 씨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 이유를 작가는 해명하지 않는다. 그저 김 씨가 대학생이라는 상황 설정뿐이다. 이것은 아마 그녀의 신분적 열등감이 대학생 사모라는 보상책을 통하여 아름다운 만남을 한 순간이나마 얻으려는 꿈 꾸는 자의 행위이리라. 대학생은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으며, 술집 여자는 연인으로서가 아니라 누나가 되고 어머니가 된 보호자의 입장에서 대학생과 한 방에 드는 것이다. 방금 전 그녀가 꿈꾸었던 눈 오는 잠의 신부가 되기는 불가능하더라도 그 신부와 같은 첫날밤을 대학생과 함께 하려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 특히 대학생과 술집작부의 만남은 특히 그녀에게는 우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밖에서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다. 그녀가 남겨 놓은 발자국을 하얗게 지우면서란 아름다운 마지막 문장이 그녀가 찾았던 꿈이 결코 허망한 것만은 아니었음을 얘기해 준다. 그리고 세 사람이 시골 혼삿집을 찾아가는 버스 속 풍경과 잔치가 파한 후 시골 술집에서 벌이는 수작의 정경이 처음과 끝을 이루는 강의 세계는 절제와 압축이라는 고전적 단편 미학의 정수를 보여 준다. 작가는 더없이 간결한 필치로 단숨에 인물과 장면의 핵심 속으로 독자를 데려가는데, 그렇게 해서 독자의 가슴에 흐르게 하는 것은 인간이란 거창한 파국에 의해서 파멸되는 것이 아니라 조그만 불행이 연속으로 해서 시들어 버린다는 비극적 인식이다. 무의미한 일상의 풍경을 제시하여 아무런 의미도 없는 추측에 지혜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무료하고 안타까운 풍경 뒤로 깊은 상실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인간 실존의 보편적인 비애가 압축되어 나타난다. 수재에서 열등생으로 추락하는 퇴색된 허무와 쓸쓸함, 인생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작품과 박재삼의 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은 깊은 내용적 상관성을 가진다. 그 시에서 화자는 1연에서는 슬픔에 대한 여린 감성과 설렘을 보이고, 2연에서는 자신의 감상적인 태도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다 3연에서 인생의 흐름을 발견한다. 깊은 계곡의 물에서 조금 큰 물줄기, 강물, 그리고 바다에 이른 강물에서 인생의 세월을 보게 되는 것이다. 소설 강에서 삶의 과정이란 아름다운 꿈들이 상실되고 초라한 현실만이 확인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깊은 인생의 아름다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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