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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작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12편의 연작 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줄거리와 작품에 대해 정리해 봅시다.
줄거리
난장이 가족이 사는 낙원구 행복동에 이십 일 안에 자진 철거하라는 철거 계고장이 날아들었다. 동생 영호는 집에서 떠날 수 없다고 버티었고, 울기 잘하는 영희는 훌쩍훌쩍 울기만 하고, 어머니는 무허가 건물 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표찰을 떼어 간직했다. 새 아파트에 들어갈 형편이 되지 않는 행복동 주민들은 하나, 둘씩 입주권을 팔기 시작했다. 입주권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갔다. 난장이네 집도 입주권을 팔고 전셋돈을 빼 주어야 했지만 난장이네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을 이어 나르고 시멘트를 직접 발라 만든 집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 이웃집 명희 어머니는 명희가 죽고 남긴 통장에 든 돈을 난장이네 집에 전셋돈 빼주라고 빌려주었다. 명희는 나(난장이 집 큰아들 영수)를 좋아했다. 그녀가 바라던 건 내가 다른 아이들처럼 공장에 가지 않고 공부를 많이 해 큰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명희는 다방 종업원에서 캐디로, 버스 안내양으로 전전하다가 통장에 십구만 원을 남기고 자살했다. 나와 동생(영호)은 아버지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 되자 인쇄 공장에 나가게 됐다. 아버지는 당신의 형편에 어울리지 않게 길 건너 고급 주택에서 가정교사를 하는 지섭과 얘기를 나누곤 했다. 지섭은 사랑이 없이 욕망만 떠도는 땅을 떠나 달나라로 가야 한다고 아버지에게 말하고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을 빌려주었다. 인쇄 공장 사장은 불황이라는 단어를 빌미로 삼아 우리에게 쉬지 않고 일할 것을 강요했다. 나와 영호는 사장에게 가서 힘든 노동 시간에 대해 사장과 협상하려다 일도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하고 공장에서 쫓겨났다. 아버지는 나와 영호에게 큰 일을 한 것이라고 추켜 주었다. 입주권 가격이 자꾸 올라가자 난장이네 가족은 이십오만 원을 받고 검정 승용차를 타고 온 남자에게 입주권을 팔았다. 집은 헐리고, 영희와 아버지가 사라졌다. 영희는 검정 승용차를 타고 온 남자를 따라갔다. 남자는 영희에게 대꾸하지 않고 말만 잘 듣는다면 많은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영희는 남자를 따라가 좋은 음식을 먹고 남자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영희는 자신이랑 환경이 많이 다른 남자의 집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뭐 하냐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영희에게 들려왔다. 영희는 남자의 금고에서 자신의 집 대문에 달려 있던 알루미늄 표찰을 되찾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영희는 표찰을 내고 아파트 입주 신청서에 아버지의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적어 넣었다. 신애 아주머니는 열이 나 아파하는 영희를 방에 데리고 가 간호를 해 주며 말했다. 아버지가 굴뚝 속에서 죽은 채로 발견 됐다고.
작품의 구성과 시점의 변화
- 1부(서술자는 영수) : 철거 통지서를 받는다. 가족들의 생활이 과거, 대과거, 현재로 교차되면서 중첩되어 묘사되고 있다
- 2부(서술자는 영호) : 영희의 가출. 입주권을 투기업자에게 팔고 철거반원에 의해 집이 철거된다
- 3부(서술자는 영희) : 투기업자에게 순결을 빼앗긴 영희는 금고 안에서 입주권과 돈을 들고 나와 입주 절차를 마치나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사회에 대해 절규한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인식의 전환을 꾀하면서 여러 계층의 삶의 현장과 의식을 탐색해 나가는데 각 계급이 속성을 밀도 있게 그려내기 위해 시점을 이동하면서 작중 인물과의 심미적인 거리를 좁히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버지가 난장이인 한 가족의 이야기가 큰아들 영수(1장), 작은 아들 영호(2장), 딸 영희(3장)의 눈을 통해 전개되는데, 중간계층인 수학교사나 신애, 윤호의 시선은 작가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는 반면 대립의 양 끝에서 있는 난장이 가족과 자본가 계급인 경훈의 모습은 주인공 시점으로 그리고 있다.
이는 중간 계급보다는 다른 두 계급의 입장을 더욱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적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사회문제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스스로를 대변하게 하고 이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중간 계급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서술케 하여 두 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연작 작품에 따라 시점은 변하지만, 대체적으로 1인칭 주인공 시점을 견지하고 있기에 작품은 독자의 감정에 직접 호소하는 힘을 갖는다. 그 결과 독자는 주인공인 '나'와 쉽게 동일시된다. 이 경우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이나 어떤 생각 혹은 감정의 변화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작품의 이해
도시 빈민의 궁핍한 생활, 그리고 자본주의의 모순에 찬 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현실적 패배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같은 제목의 연작 12편 중에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드러난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엄연한 현실적 문제이자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작자는 난장이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노동자의 삶의 모습, 그리고 70년대의 노동 환경을 폭로, 고발하고 있다. 작품 결말부의 영희의 절규는 더 이상 난장이로 남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 주고 있다.
이 작품은 도시 빈민의 궁핍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에서, 특히 노동자의 현실 패배가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추적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에 담겨있는 소외된 도시 근로자의 여러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이다. 즉, 생존에 필요한 최저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열악한 작업 환경, 고용자로부터 강요되는 부ㅏㅇ한 노동 행위, 노동조합에의 탄압, 폭력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극한적 심리상태, 그리고 가진 자들의 위선과 사치, 그들의 교묘한 억압 방법 등 산업 사회의 부정적 측면들이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못 가진 자들도 행복을 꿈꾼다. 달나라로 가는 것을 꿈꾼다. 괴로울 때마다 달나라로 난장이는 작은 쇠공을 쏘아 올린다. 물론 그 공이 지구에 다시 떨어지는 것처럼 난장이도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난장이는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굴뚝 높은 곳에 올라 그의 꿈을 비상해 본다. 그러나 난장이는 나중에 그 굴뚝에서 떨어져 죽는다. 즉 난장이의 비상은 곧 추락이었다. 세상은 비상을 용납하지 않고 철저히 추락만을 준다. 그것은 말할 수 없는 한으로 표상된다. 달나라라는 실현될 수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인물들에게서 우리는 더 큰 비극을 느낀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점을 환기시키는 데만 호소력을 지닌 게 아니라, 문학만이 가능한 정서적인 면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현실 제시라는 반영적 기능과 암시와 함축이라는 정서적 기능을 모두 만족시킨다.
나는 햇살 속에서 꿈을 꾸었다. 영희가 팬지꽃 두 송이를 공장 폐수 속에 던져 넣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꽃을 던지는 영희의 행동이 영호의 꿈속에서인지 실제의 그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팬지꽃과 폐수', '귀여운 소녀와 꽃을 버리는 행위'의 대조적인 이미지를 통해 강렬한 시적 호소력을 보여 주고 있다.
※ 참고 문헌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동아출판사 / 1995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문학과 지성사 / 1978
권영민 / <한국현대문학사> / 민음사 / 1993
이화진 /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론>, <1970년대 장편소설의 현장> / 민족문학사연구소 현대문학분과 / 국학자료원 / 2002
김지영 / <조세희 소설의 서사기법 연구> / 서울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 2003
이재은 / <조세희 소설 연구> / 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 2003반응형'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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